봉사활동

[봉사활동] 썰매장 나들이_250201

기획자 에이든 2025. 2. 7. 06:41

일시 : 2025년 2월 1일 (토) 13시 ~ 19시
장소 : 상록보육원 ↔ 잠원 한강 공원 눈썰매장

날씨가 다 했다 ㅎㅎ

2월 허그네이션 봉사활동은 아이들과 함께 썰매장으로 가는 외부활동, 나들이였다.
 
서울에서 겨울을 보낸 지 꽤 되었지만, 썰매장이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고 더군다나 멀지 않은 곳에 있다는 것에서 한 번 더 놀랐다.
 
이번 봉사활동의 준비물은 현금이었는데 지하철에서 아이들의 일회용 교통 카드를 발급하기 위함이었다.
 
처음에는 굳이 일회용 카드를 써야 하나? 내 교통 카드가 여러 개이니 빌려주면 되지 않나 싶었는데 왠지 이유가 있을 것 같아서 고민을 해봤다.
 
예상으로는 아이들이 교통카드가 없는 경우를 대비하여 일회용 카드를 발급하고 반납하는 과정을 보고 배우게끔 하려는 건가 싶었는데 실제로 비슷한 목적이 있었다.
 
보육원의 아이들은 외부활동을 할 때 대부분 차량을 대절하거나 어딘가에서 지원받기 때문에 대중교통을 이용할 기회가 많지 않다고 한다.
 
물론 모를 수밖에 없었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면 많은 수의 아이들이 한 번에 이동하는 경우를 생각했을 때 당연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그러다 보니 적지 않은 수의 아이들이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을 어려워 하고 심지어는 성인이 되어서도 지하철을 이용하기 힘들어한다고 한다.
 
아니나 다를까 출발을 위해 모인 아이들에게서 묘한 긴장감이 느껴졌다. 물론 썰매장을 간다는 설렘에 가려져 희미하긴 했지만 말이다.
 
한편 특이하게도 오늘 짝꿍이 된 아이는 혼자서 대중교통을 많이 이용해본 경험이 있어 굉장히 자신감에 차있는 친구였다.
 
지하철 노선도를 보더니 거침없이 어디어디를 지나서 어떻게 가면 될지 척척 이야기하는 모습을 보니 이동 때문에 애먹을 일은 없겠다 싶었다.
 
이전 날에 눈이 내려서 도로가 미끄러운 탓에 선생님들은 각자 맡은 아이들과 손을 꼭 붙잡고 사당역으로 향했다.
 
썰매장까지 이동하며 아이와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는데 내 짝꿍은 호기심이 굉장히 많은 인싸 유형이라는 걸 잘 알 수 있었다.
 
어찌나 질문이 많고 여기저기 들여다 보기를 좋아하는지..ㅎㅎ 아이를 보며 어렸을 때 무서울 정도로 호기심이 가득했던 내 모습이 겹쳐 보였다.
 
호기심이 생기면 꼭 알아봐야 하고 그걸 설명해주는 걸 좋아하는 나는 꽤나 잡다한 지식을 가지고 있어 아이가 물어본 거의 대부분의 질문에 답을 알려줄 수 있었다.
 
그러다 어느새 도착한 썰매장, 오늘은 2월 답지 않은 포근한 봄날씨였는데 아이 썰매도 끌어주고 슬로프도 같이 올라가다 보니 도무지 패딩을 입고 있을 수가 없었다.
 
썰매장에는 3개의 영역이 있다. 영유아들도 이용할 수 있는 언덕 영역, 꽤 높은 곳까지 올라가서 튜브를 타고 내려오는 성인용 슬로프, 마지막으로 그 사이의 경사도를 가진 아동용 슬로프다.
 
아이가 꽤 당차기도 하고 활동적이라서 당연히 성인용 슬로프를 더 선호하리라 생각했는데 완전히 반대로 제일 낮은 언덕에서 노는 걸 가장 선호했다.


그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겠는데 성인용 슬로프는 일단 무거운 튜브를 가지고 올라가는 것도 힘들고 사람이 너무 많아서 별로 좋아하지 않는 것 같았다.
 
그리고 낮은 언덕에서는 원하는 타이밍에 원하는 친구들과 함께 썰매를 탈 수 있는데 슬로프에서는 그런 자유도가 없으니 답답함을 느꼈나 보다.


썰매장에서 노는 건 다 좋았는데 한 가지 아쉬운? 씁쓸한? 점이 있다면 썰매장을 이용하는 대다수의 사람들이 가족 단위로 왔다는 점이다.
 
왜냐하면 가족과 함께 온 아이들이 엄마나 아빠를 찾는 외침을 심심치 않게 들렸기 때문인데, 그게 들릴 때마다 ‘애들은 괜찮으려나..’ 싶어 흠칫 놀라곤 했다.
 
흠… 그래도 마주해야 할 일이고 언제까지고 외면한 채로 살아갈 수는 없는 거니까. 아이들이 성장하면서 계속 마주하게 될 문제인데 잘 풀어낼 수 있기를 빌어주는 게 최선이지 않을까 싶다.
 
그렇게 2시간이 좀 넘었을까, 모이기로 약속한 시간이 되자 다 같이 매점에 모여 컵라면과 분식을 먹고 폐장 시간인 5시가 되었을 때 다시 아이들의 집으로 향했다.
 
이상한 게ㅋㅋㅋ 그렇게 열심히 놀면서 에너지를 많이 썼을 텐데 나오기 전에 간식을 먹어서 그런가 아이들의 텐션이 썰매장을 오기 전보다 좋은 것 같았다.
 
역시 에너자이저… 달리기를 해왔어서 체력엔 자신 있다 생각했는데 역시 자라나는 새싹들의 에너지는 도무지 따라갈 수 없다ㅋㅋㅋ 아이들이 미니 발전기라면 나는 리튬이온 건전지..
 
5시간이 긴 것 같지만 어느새 아이들과 헤어질 시간이 되었다. 비록 몸은 지쳤으나 다음에 또 오시라는 아이들의 인사를 들으니 뿌듯함이 밀려왔다.
 
시간과 체력이 허락한다면 오래오래 이 아이들이 성장하는 모습을 지켜볼 수 있으면 좋겠다. 어려운 일이긴 하겠지만, 언젠가 사회에서 만나게 될 수도 있지 않을까?ㅎㅎ
 
2월의 시작을 뿌듯함으로 열게 되어 기쁘다. 어느새 지나가 버린 1월은 아쉬움을 많이 남겼지만, 3월이 되었을 때는 2월이 아쉽게 느껴지지 않도록 열심히 살아보자.
 
다음 봉사 활동은 무엇이며 또 어떤 아이를 만날지 기대를 안으며 글을 마친다.